벤츠와 혼다의 SOHC엔진
세계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가 DOHC를 쓰고 있는데 유독 혼다와 벤츠가 V6엔진에 SOHC을 고집하고 있어 궁금해하는 자동차 마니아들이 많다. 그 이유는 두 메이커가 같은 부분도 있고 조금씩 다른 부분도 있다. 자동차 상식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전문적인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한 번쯤 읽어두면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혼다 V6 SOHC 4밸브 3200cc 엔진(C32A)
혼다의 V6 SOHC엔진의 뿌리는 레전드에 처음 쓰였던 C32A(형식명) 엔진이다.
혼다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91년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대형세단인 레전드를 내놓으면서 C32A엔진을 개발했는데 저소음과 저속 토크, 최대 출력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출력을 뽑아내기 쉬운 DOHC엔진 대신 6기통 24밸브 SOHC를 적용했다.
이 엔진은 특이하게 SOHC이면서도 DOHC처럼 기통당 4개의 밸브를 갖고 있어 200마력을 뽑아내고 있으며 토크는 30kgm로 동급 DOHC에 뒤지지 않는 출력을 보인다.
일설에는 레전드에 엔진룸의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더블위시본 서스펜션 방식을 넣기 위해 헤드의 부피가 큰 DOHC엔진을 만들지 못하고 억지로 SOHC 24밸브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혼다의 고집스런 장인정신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이후 혼다는 계속해서 대형세단의 V6엔진을 SOHC로 고집하고 있다. SOHC이면서도 로커암을 이용해 DOHC처럼 기통당 4개의 밸브를 사용하는 것도 여전하다.
94년부터는 이 엔진을 개량해 230마력까지 내고 있어 다른 메이커의 동급 DOHC엔진과 비슷한 출력을 내고 있다. 에쿠스나 오피러스에 들어가는 현대자동차의 3500cc DOHC 엔진이 200마력인 것과 좋은 대조가 된다.
그렇다면 혼다는 왜 출력을 올리기 쉬운 DOHC를 쓰지 않는가?
일반 승용세단에는 엔진 소음을 줄일 수 있는 SOHC로도 충분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소음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스포츠카인 NSX에는 C32A2 엔진을 개량한 C32B V6 DOHC엔진과 가변밸브시스템인 V-tec을 적용해 290마력까지 올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10년전에 3200cc SOHC 엔진으로 230마력을 낸다는 것만 봐도 '엔진의 혼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다.
벤츠 V6 SOHC 3밸브 3200cc엔진(M112)
전통적으로 3200cc급에 직렬 6기통을 만들던 벤츠는 98년부터 V6 엔진을 도입했다.
벤츠는 이 V형 엔진을 3밸브 SOHC방식으로 만들고 있는데 혼다와 마찬가지로 실용적인 영역에서 고른 토크를 내고 반응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여기에다 배기가스 감소와 고연비라는 목적이 추가돼 있다.
엔진의 반응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밸브트레인의 중량을 감소시켜야 하는데 V형 엔진의 경우 DOHC는 캠축 4개이기 때문에 캠축이 2개인 SOHC보다 밸브트레인의 중량이 크다.
물론 DOHC는 기통당 4개의 밸브를 쓰기 때문에 밸브가 2개인 SOHC에 비해 밸브 하나가 작고 가볍다는 이점이 있다. 캠축도 슬립해 회전관성이 적다.
그러나 벤츠는 밸브를 3개로 만들어 밸브의 숫자를 줄이고 캠축은 속을 비운 중공파이프 형태로 더욱 가볍게 제작해 SOHC의 단점을 극복하고 있다.
한개의 캠샤프트로 실린더당 세개씩(배기 1개, 흡기 2개)의 밸브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로커암 구조를 가지기는 하지만 DOHC에 비해 캠축 2개가 줄어 더 큰 이득을 얻게 된다고 한다.
여기에다 한 기통당 4개의 밸브구멍을 만들었지만 밸브는 3개만 쓰고 남는 밸브자리에 추가로 스파크 플러그를 넣는 트윈 스파크 시스템을 도입, 연비를 높이고 완전연소를 유도해 배출가스를 저감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벤츠가 설계한 3밸브 시스템은 DOHC 4밸브시스템에 비해 엔진의 차가울 때 유해 배기가스를 40%나 줄여주고 주행중 연비도 10%가까이 높였다. 배기밸브의 전체 면적이 DOHC에 비해 30% 줄어들면서 엔진이 차가울 때 배기온도가 빨리 냉각되는 것을 막아 고온에서만 제 기능을 하는 촉매장치가 시동을 건 직후에도 쉽게 정상작동되도록 돕는다.
여기에다 SOHC로 타이밍체인의 길이를 짧게 해서 소음을 줄이는 효과도 얻고 있다. 타이밍벨트나 체인이 길면 진동으로 인한 소음도 제법 발생한다.
기술개발 분야에서 둘째간다고 하면 서러울 벤츠와 혼다는 이런 이유들로 V6엔진에 SOHC를 여전히 고집하고 있는 것이고 출력이 훨씬 많이 필요한 스포츠카 정도가 돼야 DOHC를 적용한다.
그러나 렉서스는 DOHC엔진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정숙한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보면 이제는 SOHC가 저소음 저진동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벤츠와 혼다는 V6 SOHC 엔진의 기술축적이 많아 다른 메이커의 DOHC와 비슷한 출력을 내고 연비와 환경보호라는 2마리의 토끼까지 함께 잡아내기 때문에 굳이 DOHC의 필요성을 못느끼는 것 뿐이지 일부러 DOHC를 회피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업체의 SOHC 엔진은 DOHC 방식을 쓰면서도 출력과 연비가 낮은 다른 대부분의 엔진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출처: 동아닷컴